엔화에게 2022~2023년은 정말 처절한 해였습니다.
고금리로 인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의 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엔화의 가치가 하락한 것에는 달러의 막강한 파워도 있었지만, 일본의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돈을 풀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었습니다.
이에 세계의 중앙은행들의 금리 차이를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지만,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제로금리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엔화의 가치가 자연스레 하락한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일본의 금리가 제로로 되면서 절대 발생할 것 같지 않았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일본 국민들이 받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식료품의 가격이 인상되고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자,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을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부동산 시장에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가격자산이 상승해서 좋은 일이지만, 그러나 유동인구가 높은 특정한 지역만 가격이 오르면서 청년들이 집을 사기가 더 힘들어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세간에 알려지자, IMF는 일본 중앙은행에게 '장기금리 상승 통제'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펼쳐 시장 왜곡을 수정하고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도 사실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디플레이션이 가장 큰 문제이며, 일본이 완화정책을 멈추고 긴축(금리인상)으로 돌아선다면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빨라질 것입니다.
또한 일본에서 싼 금리에 조달한 자금으로 전 세계 금융자산에 투자해 온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히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만약 세계 자산시장에 충격이 온다면 그 범인 바로 일본으로 지목되어, 불경기에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쉽게 금리를 인상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덕분에 올해 엔화는 850선까지 빠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1000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정말 큰 하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자, 많은 사람들이 엔화에 투자하는 '엔테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화예금 잔액을 보면 엔화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연준이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돌아서고 내년부터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엔화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또 엔화의 가격이 조금 상승했기는 하지만 여전히 910원의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에 여저힌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생각입니다.
실제로 이에 세계 각국에서 엔화를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엔화와 관련된 ETF에 역시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화가 쉽게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우선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일본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로 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당장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고 싶어도 서민 경제가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정치권의 지지율을 위해선 금리를 섣부르게 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인내심을 가지고 자국 경제 지원을 위해 통화정책 완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제로금리 정책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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