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시사

전기로를 인수한 영국, 치킨게임 펼쳐지나?

대주주 산타 2023. 9. 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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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는 전기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고철을 녹여내는 역할을 합니다.

 

비교적 적은 투자비와 공간으로 설치가 가능하고 열효율이 우수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전력 소모량이 많고 고가의 고철 사용으로 제조원가가 높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KG스틸(옛 동부제철)과 영국 리버티스틸 간에 전기로 매각이 결정되었습니다.

 

동부제철 전기로는 옛 동부그룹(현 DB그룹)이 그룹의 명운을 걸고 시도한 일관제철소 구축의 핵심이 이 전기로입니다.

 

당시 1조2000억원을 들여 2009년 연산 300만톤 규모로 가동했습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경영위기를 맞이하였고 이에 전기로 역시 2014년에 가동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제철소의 주인이 바뀌고 중국과 파키스탄 등으로 매각이 추진됐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돌고 돌아서 영국 리버티스틸에게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매각대금은 전기로 600억원에 부지 장기임대료 등을 합쳐 총 800억원이라고 합니다.

 

 

1조2000억원짜리 전기로가 800억원에 팔리는 마법같은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사장님이 미쳤어요'라고 할 정도의 특가 세일입니다.

 

업계에서는 열연강판 수요가 줄어들어 전기로의 가격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열연강판은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며 가장 기본적인 철강재입니다.

 

산업화시대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국내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고부가가치 소재에 집중하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2017년엔 1304만톤이던 국내 열연강판 총수요는 지난해 1064만톤으로 떨어졌고 올해 999만톤으로 더 줄어들 전망입니다.

 

 

 

중요한 것은 리버티스틸이 전기로를 인수하여 루마니아로 이전한다고 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전기로를 재가동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철강업계에는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안 그래도 수요가 줄어들어 골치가 아픈데, 리버티스틸이 국내에서 재가동한다면 열연강판 물량이 넘쳐나서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철강재 값이 뚝 떨어지고 원료인 고철 수입가격은 크게 치솟게 됩니다.

 

리버티스틸은 당초 유럽에 있는 공장들에 열연을 공급하기 위해 전기로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EU 및 영국 철강재 수출 쿼터 규제를 감안하면 수출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전기로는 어마어마한 전력 소모를 합니다.

 

 

현재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는 에너지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고물가에 분노하여 밖으로 뛰쳐나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너지가 부족한데, 전기로를 들고가서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하여 철강재를 만든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입니다.

 

이에 합리적인 추측으로는 리버티스틸이 에너지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우리나라에서 열연을 공급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전기로가 재가동되면 국내는 물론 근거리 해외시장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철강업계의 치킨게임이 열리는 것입니다.

 

한편, 철강업계는 "지금 국내 열연 공급이 추가되면 출혈경쟁으로 산업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또 수출할당량 초과에 따른 통상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불황기 가격경쟁 심화로 반덤핑 이슈가 제기될 경우 업계 전반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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