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심사 최대 난관지역이라고 불리던 영국 경쟁시장청(CMA)에서 승인을 받은지 어느덧 10개월이 지났습니다.
분명 영국만 통과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보스는 바로 '유럽연합(EU)'이었습니다.
EU는 지난해 5월 “두 회사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힌 뒤 한 달 만인 6월 심사를 중단했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은 EU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사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두 기업이 합병한다면 중복으로 운항하는 유럽 노선의 운수선과 슬롯(공항 이착륙 허용 횟수)를 LCC에 넘기는 방안 등을 시정조치안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도한 EU는 대한항공의 이러한 간곡한 부탁에도 뺀찌를 놨습니다.
만약 인수합병이 나가리가 된다면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의 우호지분을 다른 곳에 넘길 수도 있으므로 대한항공은 필사적으로 이 합병을 성공시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최후의 도박수가 바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입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유럽과 한국의 항공화물 산업을 꽉 잡고 있는데, 만약 두 기업이 합병한다면 독과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EU의 지적이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은 과감하게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포기한 것입니다.
물론 이때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매각 절차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는 '절대 화물사업을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측'과 '일단은 살아남는게 먼저다 현실을 직해라'측의 의견이 계속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화물사업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EU는 운수권, 슬롯, 화물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현지시간 12일을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라는 의사를 보였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결정이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에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 유럽 네 개 도시 노선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 등 시정 조치안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EU는 심사 마감 기한인 오는 2월 14일 전에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진짜 9부능선을 넘어 마지막에 가까워졌습니다.
만약 EU가 최종 승인을 결정한다면 남은 곳은 미국과 일본뿐입니다.
일본은 이르면 이달 중, 미국은 상반기 중 합병에 대한 입장을 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 곳의 승인을 스무스하게 통과한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합병하여 20조원 규모 매출을 내는 글로벌 10위권의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다시 태어날 전망입니다.
즉, 3년의 대장정이 끝난다는 것이죠.
인수합병이 늦어도 1~2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좀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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