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갑과 을 관계에서는 '갑'이 주도권을 가지고, 반대로 갑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쪽이 '을'입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잘난 甲(갑)이라 하더라도 乙(을)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ASML입니다.
ASML은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극자외(EUV) 광원을 이용한 노광장비를 개발 생산하는 유일한 제조사입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반도체 기업이라도 슈퍼'을'인 ASML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습니다.
이는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ASML의 영향력은 어마무시합니다.
그런데 이런 ASML이 지난해 4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습니다.
ASML의 지난해 연간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2% 늘어난 276억5900만 유로(약 40조2051억원)를 기록했습니다.
또 영업이익은 141억3600만 유로(약 20조5480억원), 순이익은 78억유로(약 11조 3380억원)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게다가 수주잔고는 390억 유로(약 56조6904억원)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비록 '을'이라고 불리는 기업이지만,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ASML의 실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자 업계에서는 드디어 반도체의 시간이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은 하락 사이클로 인해 저점을 맞이했습니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을 면치못했고, 아직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ASML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메모리 업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시장이 올해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파운드리 시장의 수요 회복은 불투명하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공급 조절로 시장 수급이 균형을 맞춰가고 있지만, 파운드리는 과잉 설비투자(CAPEX)로 인해 본격적인 회복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파운드리는 주문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에 수요가 부진하면 대응할 방안이 없어, 호황이 다시 도래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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